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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관리자
  • 22-02-0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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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1]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경남 밀양의 천황산 얼음골, 스승 유의태가 제자 허준으로 하여금 자신의 시신을 해부하게 하였던 골짜기이다. 소설 동의보감의 바로 그 얼음골이다. 인체의 해부가 국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시절, 스승은 이 골짜기로 제자 허준을 불러들였던 것이다. 스승의 부름을 받고 찾아간 허준의 앞에는 왕골자리에 반듯이 누운 채 자진(自儘)한 스승의 시체와 시체 옆에 남겨진 유서가 황촉불에 빛나고 이었다. 사람의 병을 다루는 자가 신체의 내부를 모르고서 생명을 지킬 수 없기에 병든 몸이나마 네게 주노니 네 정진의 계기로 삼으라고 적은 유서.

그 앞에 무릎을 꿇어앉은 허준. 의원의 길을 괴로워하거나, 병든 이를 구하기를 게을리 하거나, 이를 빙자해 돈이나 명예를 탐하거든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을 것을 맹세한 다음 스승의 시신을 칼로 가르던 허준의 모습을 생각해 봅시다.

이 이야기는 소설가가 그려낸 상상의 세계이며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사실은 아니라 하더라도 진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사실이라는 그릇은 진실을 담아 내기에는 언제나 작고 부족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스승과 제자가 서로를 처절하게 승계하는 현장의 모습은 배우고 가르치는 일의 엄정함으로 인하여 우리의 가슴을 넘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이기도 하다. 마르틴 부버의 너와 나’, 산천과 사람, 스승과 제자의 원융(圓融). 이것이 바로 삶의 가장 보편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 사람의 허준이 있기까지 그의 성장을 위하여 바쳐진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헌신을 우리는 안다.

 

 

# 생각해 봅시다. #

 

백거이(白居易)의 시 국화한 송이의 금빛 국화가 새벽 이슬에 맑게 피어나기 위하여 간밤의 무서리가 내리더라라는 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중국의 루쉰(노신)은 기울어 가는 조국의 현실 앞에서 외쳤습니다.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누군가의 자양이 되기보다는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들만 가득한 세상,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쇄 한 가운데에 자신을 세우기보다는 한 벌의 패션 의상과 화려한 언술로 자기를 실현하고 숨기려는 세상, 고매한 도덕적 언어들이 수천 억원의 부정한 축재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이 위선의 계절에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가르치고 무엇으로 배우는가 하는 것이 얼음골의 차가운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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